살롱문화와 그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
내 친구들중에는 조금 특별한 그룹이있다. 정말 우연히 이름모를 동호회 사람의 생일파티에 갔다가 서로 알게되어 친구의 친구들을 서로 데리고 모였는데, 서로 취향이 비슷해서일까 어느샌가 그들 모두가 수년간 함께하고 있었다. 친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고향 친구나 학교 동창 친구와 같이 지역이나 출신을 바탕으로 오랜기간 함께해온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함께하는 시간이 길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가고 나면 사회에서는 정말 친한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게 일반적인 듯 하다. 주변사람들이 필자가 만나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 들을때면 새삼 신기해 하곤 했다.
나는 오히려 새삼 신기해하던 사람들이 의아해서 친구에게 질문을 했다. "왜 사람들은 우리를 신기해 할까? 이런식으로 만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아. 나는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그러자 친구는 "그건 그들이 살롱문화를 모르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몇년만에 우리 모임의 본질 같은 것을 깨달았다.
'Salon'(살롱)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살롱은 영감을 가진 Host(호스트)에 의해 열리는 일종의 모임이다. 17~18세기 프랑스 문학과 철학운동 속 전통으로 귀족과 문인 등이 모여 다른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고 대화를 통해 지식을 늘려가는 형태의 모임이었다. 17세기 전에는 주로 침실과 같은 프라이빗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일종의 폐쇄적 지식 커뮤니티였던 셈이다. 재밌는 점은 이런 프랑스의 살롱을 모티브로 '살롱문화'라는 트렌드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존의 지적 추구라는 이미지가 아닌 개인의 취향에 집중해 조금 다른 모습으로 2030세대들에게 다시 유행하고 있다. 살롱문화는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인문학 토론이나 영화감상, 독서모임 뿐 아니라 운동이나 악기연주 등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다.
현 청년층인 2030세대는 밀레니얼세대로 주로 1980년부터 2000년생까지를 아우르는 세대다. IT에 친숙하고 진학률은 가장 높으면서도 IMF를 거치며 상대적으로 부는 거머쥐지 못한 그런 세대인셈이다. 어떻게보면 예전 세대와 현 세대의 과도기적인 세대이지 싶다. 기존의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에 대한 염증 때문일까, 살롱문화의 느슨한 관계에 수많은 사람들이 끌리는 듯 싶다.
취향 중심의 모임
현대적 살롱문화의 특징은 전통적 살롱처럼 지식의 추구보다는 '취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모임을 통해서 얻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적 살롱모임에서 중요한 것은 얻어가고자 하는 마음 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또한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모임
살롱모임에서는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물론 모임장이 있기는 하지만, 모임장이 리더격으로서 무언가를 이끌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모임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Host(호스트)역할을 함으로써 모임을 서포트하고, 모든 소통은 수평적으로 편안하게 이루어진다. 그에 따라 모임에 참여하는 횟수나 책임 등의 강제성은 없어 그만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오는사람 안 붙잡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 그렇지만 본인의 취향에 따라 참여하기 때문에 다들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적당히 느슨한 관계
살롱모임에서는 인적사항을 밝힐수도 있지만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취향 위주로 모인 것이기에 인적사항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와 모임에서 다루는 '토픽' 중요한 건 그게 전부다. 그래서 서로 인간대 인간으로서 취향과 취미로, 그리고 순수하게 이야기를 통해 비춰지는 상대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되고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친밀하지도 않지만 모르지는 않은 적당히 느슨한 관계를 유지한다. 계속해서 친분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공동체 의식을 강요한 것에 대한 반항인지 이런 살롱모임의 특징이 더욱 청년층을 모이게 한 것 같다.
살롱모임에서는 상대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마인드가 중요하다. 무언가를 얻어가려고 하기 보다는 적극성을 띄는게 더 중요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관심사가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살롱모임의 특징들이 내 친구들의 모임 특징과 너무나 비슷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보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 현재에 집중하고 취향이 맞으니 자연스레 만나는 기간이 길어졌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했던 운동크루들도 대체로 일반적인 소모임이나 동호회와 다른 일종의 살롱모임이었던 것 같다. 강제성 없이 운동과 악기에 집중하고 자연스레 서로의 친분이 쌓이던, 나이와 성별 그리고 직업, 학력을 배제한 채 현재를 즐기는 그런 모습들의 모임들이었다. 현재에는 다양한 운동크루나 살롱모임들이 열리고 있다.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이러한 모임들에 참여해 지루한 일상속에 활력을 불어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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